페이지 정보
본문

자신의 젊음을 다 바쳐 파탄 직전의 한 가정을 화목하게 만들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친 숭고한 봉사 정신 뒤에는 자신의 희생이 뒤따랐다.
명문여고를 나온 국민학교의 선생은 자상한 마음씨와 사랑으로 어린 새싹들의 교육에 전념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의 푸른 꿈을 새기며 교직 생활에 만족해 하던 스물 여섯 살의 여 선생은 어느 한 가정의 비참한 현실을 가장 아끼는 친구로부터 전해 듣고 숨 막히는 듯한 번민에 휩싸였다.
전상으로 불구가 된 상이용사가 처를 잃고 5 남매와 생과 사의 갈림길에 허덕인다는 친구의 얘기가 너무나 애절해 그냥 듣고만 넘길 수가 없었다.
학교 운동장을 서성거리며 딱한 이 가정의 처지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녀는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흠뻑 맞는 줄도 모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텅 빈 교실에서 또는 자취방에서 며칠째 깊은 생각에 빠졌던 그녀는 어느 날 교장실을 찾아 사표를 제출했다.
경남여고를 나와 경남양산 모국민학교에 교사로 부임한 지 3년 만에 교직을 그만 두게 된 것은 어머니를 잃은 철부지 5남매와 상이용사를 자신의 힘으로 보살펴야겠다는 큰 결심 때문이었다.
상이용사의 아내가 되어 어린 5남매를 보살피겠다는 그녀의 결심을 뒤늦게 안 부모는 노발대발했으며 동료들도 이 같은 결심을 바꿀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을 한 그녀는 서둘러 짐을 꾸려 상이용사의 가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청도군 풍각면 차산동 어느 농촌 마을과 다름없이 들판을 앞에 두고 산을 뒤로한 조그마한 촌락이었다.
한편에선 새마을 사업으로 길을 넓히고 초라한 집을 헐어 고치고 있었지만 그녀가 찾아간 초가집은 곧 허물어질 지경이었다. 오른팔이 없는 상이용사와 두 살부터 열 한살까지의 5남매가 영문도 모른 채 낯선 그녀를 반겨주었다.
상이용사의 초라한 몰골과 아이들의 초췌한 모습은 참으로 눈물겨웠다. 불구자의 아내이며 5남매의 어머니가 된 그녀는 그날부터 이 가정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심했다.
우선 집안일을 돌보며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 해 가정이 화목할 수 있도록 온갖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남편 박경수(37)씨는 군 복무 때 많은 부상을 당하고 제대한 후 불구인 자신의 몸을 늘 자학해 와 성격이 괴팍스러웠으며 1년 전 어머니를 잃은 5남매는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때문인지 제멋대로 행동했다. 두살박이 젖먹이는 늘 울부짖었으며 철 모르는 아이들은 동네에서 온갖 극성스런 일들을 저질러 마을민들로부터 구박과 핀잔을 당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가정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끼며 남편에게는 사랑으로 아이들에게는 자상한 모정으로 따뜻이 대했다. 생의 좌절감과 소외감을 가진 남편을 위해 온갖 얘기로서 밤을 새우며 삶에 대한 용기를 불어넣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자상하게 보살피는데 갖은 노력과 정성을 다 기울였다.
1년여 만에 가난한 가정이지만 일곱 식구들은 그런대로 화목해질 수 있었지만 파편투성이인 남편은 늘 건강이 좋지 않아 두 다리 마비증세를 자주 일으켜 몸져 누웠다. 그녀는 남편의 병구완에 온갖 정성을 기울이면서 몇 두락 안 되는 농사를 짓기 위해 낮이면 들판에서 손발이 굳도록 흙과 싸웠다.
이웃집 소를 빌려 자신이 직접 논을 갈고 그 갚음으로 그 집 일을 해 주는 등 농번기에는 잠시도 쉴 여유가 없었다.
오물을 지게에 지고 밭에다 뿌리고 씨앗을 심는가 하면 수확을 해서 거둬들이는 일까지 남의 힘을 빌지 않고 자신이 모두 했다. 하루 종일 농사일에 지쳐 밤이면 무척 피곤했지만 남편을 뒷바라지 하며 아이들의 공부를 지도하는 등으로 헌신적인 생활을 계속했다.
이처럼 갖은 고생을 다하며 집안을 이끌고 있는 그녀에게 애매한 얘기가 동민들로부터 들려왔다.
헌신적으로 한 가정을 일으키고 있는 그녀를 가리켜 사기꾼 아니면 술집작부 출신일 것이라는 동민들의 입방아가 그칠 날이 없었다. 자기의 진심을 몰라주는 야속함에 입술을 깨물며 눈물로 며칠을 보낸 그녀는 그럴수록 남편과 아이들을 더한 정성으로 보살피며 억척같이 일하기로 마음먹고 동민들에게 전보다 훨씬 더 친절히 대했다.
- 이전글제18회 독행상(篤行賞) 주효열(朱孝烈) 25.05.09
- 다음글제17회 독행상(篤行賞) 정소민(鄭昭珉) 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