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정석순(鄭石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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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1995년 4월 25일)
열행상(烈行賞)
경북 청도군 청도읍
열부(烈婦) 정석순(鄭石順) 62세

경남(慶南) 밀양(密陽)이 고향인 정석순(鄭石順) 여사(女史)는 45년 전 1950년, 일정(日政)때에 징용(徵用)으로 끌려갔던 김삼만(金三萬)씨와 결혼하였다.

정여사(鄭女史)는 결혼 후 이내 6.25 전쟁을 겪는 등 어려운 시대적(時代的) 상황(狀況) 속에서도 농사를 지으면서 근검절약(勤儉節約)해서 생활하던 중, 남편의 시력(視力)이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사물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되었다.

그러나 치료(治療)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시각장애(視覺障碍)라는 아픔을 안고 30년이 넘도록 살아왔다.

정여사(鄭女史)의 남편 김삼만씨는 징용(徵用)에 끌려간 후유증(後遺症)으로 눈이 멀어 앞을 못 보게 되었고 정여사(鄭女史)는 남편의 식사 시중을 들어야 하고 변소에 갈 때에나 이발소에 갈 때에는 물론이고 문밖출입을 할 때에나 나들이를 할 때에는 손발이 되어 길을 안내(案內) 해야만 했다.

거기에다가 슬하에 자식이 없는 정여사(鄭女史)는 더욱 쓸쓸하고 외롭지마는 겉으로 불평하거나 내색하지 않고 30년이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오직 남편을 의지(依支)하고 희생적(犧牲的)으로 봉사(奉仕)하고 있다.

이렇게 정여사(鄭女史)의 마음이 변함 없는 것을 보고 이웃 사람들은 모두 열부(烈婦)라고 칭송(稱頌)하고 있다.

정여사(鄭女史)도 이제는 예순이 넘어 자기 자신의 기력도 쇠약(衰弱)해졌지만 그래도 농번기(農繁期)에는 모내기와 밭매기와 추수(秋收) 등 모든 농사일을 혼자서 하고 있다.

다행이 당국에서 딱한 사정을 알고 자활보호대상자(自活保護對象者)로 선정해서 원조해 주고 있으며 자가(自家) 소유의 집에서 나오는 월세를 받아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고 남편이 외출할 때에 동반하는 것을 낙(樂)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한세상 살아가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정여사(鄭女史)의 일생은 혼자서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 눈 먼 남편의 수족(手足)이 되어 30년이 넘도록 외길을 걸어 왔으니 참으로 외롭고 고달픈 한(恨) 많은 세월이었다.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하지만 슬하에 혈육(血肉)도 없이 한평생을 남편의 눈(眼)이 되어 뒷바라지만 하고 살아 온 정여사(鄭女史)는 오늘날 사회에서 보기 드문 아내의 상(像)으로 모든 여성들의 귀감이 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