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정한순(鄭漢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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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1990년 4월 20일)
열행상(烈行賞)
경북 경주군 내남면
열부(烈婦) 정한순(鄭漢順) 31세

정한순(鄭漢順) 여인(女人)은 1980년 22세 때 경주군 내남면에 있는 금광금속사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재석(金在石)씨와 결혼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비록 가난하지마는 희망찬 내일을 설계하면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1981년 9월, 그러니까 결혼한 이듬해에 남편이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경주의 어느 술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언쟁 끝에 밀고 당기고 하다가 넘어져서 목 부위에 큰 부상을 입었다.

즉시 대구동산의료원에 입원해서 3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으나 목 아래 부분을 움직일 수 없어 회복불능(回復不能)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정여인(鄭女人)은 찢어지는 가슴의 아픔을 안고 식물인간(植物人間)과 다름없는 남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다섯 번째 경추가 파열되었기 때문에 목 아래 부위를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을 아내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정여인(鄭女人)은 남편의 식사 시중과 대소변을 받아 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세수와 목욕, 면도하는 일까지 몸을 움직이는 일체의 일을 그녀가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24시간을 내내 누워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등창을 방지하기 위해서 몸을 자주 돌려가며 뉘어야 하는 등 하루 종일 시중을 들어야 했다.

가해자로부터 합의금조로 받은 1천만원은 병원 치료비를 지불하고 나니 5백만원 정도가 남았는데 사업하는 친척에게 빌려주었지만 사업이 실패하자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고 월 10만원이 넘게 드는 약값도 없고 식구들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면사무소에서는 구호대상자로 선정해서 정부의 혜택을 주고 있으나 23세의 어린 신부가 장장 9년 동안이나 한결같이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남편의 병구완(病救援)을 지극정성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참으로 놀랍고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천정과 친지, 이웃으로부터 재혼(再婚)하라는 권유를 수없이 받았으나 단호히 거절하고 시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고 남편의 뒷바라지를 묵묵히 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잘 키우고 있는 정여인(鄭女人)의 이러한 효행(孝行)과 열행(烈行)을 기리어 1989년 5월에 경주군수로부터 장한 어머니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윤리가 퇴폐해가는 세상에서 정여인(鄭女人)의 열행이야 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女性)들의 귀감이 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