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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회자는 아버지 회철을 봉양하면서 밥상을 올릴 때마다 술과 고기를 들여갔다. 회자는 식사가 끝나 밥상을 물릴 때 남겨진 음식이 있으면 '누구에게 줄까요?'라고 물었고 부친이 '남은 것이 있느냐'고 물으면 없어도 '있습니다'하고 대답하곤 했다.
회철이 죽고 회자가 아들 회원의 봉양을 받게 됐을 때 회원 역시 끼니때마다 술과 고기를 빠뜨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회원은 상을 물릴 때 '남은 음식을 누구에게 줄까요'라고 묻지도 않았고 아버지가 '남은 것이 있느냐'고 물으면 있어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남은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고 다음 상에 또 올려놓기 위해서였다.
맹자는 제자들로부터 '두 사람의 효행 중 누가 더 올바른 효행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한다. '회원은 아버지의 입을 보양하는데 주력했고 회자는 아버지의 심지를 보양한 것이다. 어버이는 회자와 같이 섬겨야 한다' 이야기는 효를 올바르게 행하는 길을 간결하게 설명한 것이다.
이씨의 효행은 바로 회자의 효를 실천한 것이다. 가난한 살림이라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을 못해드려 늘 상 마음에 걸리곤 했지만 빚을 얻어서까지 봉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베풀 수 있는 정성을 다해 부모가 여생을 편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도록 봉양했다.
무더운 한 여름철에는 식사를 손수 올리고 부모 곁에서 식사가 끝날 때까지 부채질을 해 드렸으며 밤에는 부모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부친이 별세한 후 모친이 중풍에 귀까지 들리지 않아 서러워하자 그는 모친과 침식을 같이하면서 위로했다.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은 것은 그 비용으로 부모를 좀 더 잘 모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3년 전 모친이 가장 아끼는 둘째 놈이 '장티푸스'에 걸려 20일 간이나 장기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3일 동안 의식을 잃기까지 한 중병이었으나 그는 모친에게 이 사실을 숨겼다. 모친이 손자를 찾을 때마다 그는 시험준비 때문에 대구에 나가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병든 노모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없다는 그의 효심 때문이었다.
이씨는 산간 벽촌에서 자란 전형적인 가난한 농부이다. 천수답을 물려받으며 가난을 헤어나지 못한 채 대를 이어온 이씨 가문은 그에게도 가난만을 남겨 주었을 뿐이었다. 그가 다닌 학교라고는 마을 서당에서 한학을 1년 배운 것이 전부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향한 효심이 남달랐다. 병약한 부친이 자주 앓아 왔는데 부친 시중은 그가 도맡아서 했다.
14세 때는 벌써 밭갈이를 할 만큼 영농 기술도 쉽게 익혔다. 그는 게으른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자기 힘으로 가난을 물리쳐 보겠다는 용기를 갖고 있었다. 부친으로부터 영농 일을 물려 받은 후 10년 만에 농토를 배로 늘릴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기적 같은 그의 영농에 탄복하고 그를 따라 마을 발전에 솔선수범했다. 그는 이 마을 사람들의 밥줄인 대곡들의 천수답을 수리 시설만 갖추면 옥토로 바꿀 수 있다고 설득했으나 마을 사람들은 막대한 시설 비용에 겁을 먹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피땀으로 일군 전답을 팔아 대곡수리시설 축조비용으로 내 놓았다. 이씨의 희생 정신으로 이 마을의 천수답은 옥답으로 바뀌었다.
논어 용야편에 '인자는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세워주고 자신이 어떤 것을 이루려하면 남도 이루어 지도록 하여준다'라고 했다.
인자는 효자와 통한다.
충과 효는 모두 '인'이라는 한곳에서 나왔다고 주자는 주해하고 있다. 이씨는 이렇게 부모를 섬기는 일에서부터 이웃을 도와 부를 이룰 수 있도록 희생정신을 발휘한 폭넓게 효행을 실천한 사람이다. 그는 1968년 1월 부친이 별세하자 3년간 외출을 금하고 정성을 다해 빈소를 지켰다.
일주일에 한번씩 중풍으로 기동을 못하는 노모를 부친묘소까지 모셔 노모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그는 7년 동안이나 노모의 병시중을 도맡아서 해내고 있다. 대소변을 손수 받아내고 집안은 항상 청결하게 가꾸고 있다. 자녀 교육열도 높아 그는 가난 속에서도 7남매를 모두 대학과 고교에 진학시켜 유능한 인재로 성장시키고 있다. 장남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수재이며 나머지 자녀들도 모두 대구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재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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