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김분천(金粉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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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1985년 4월 17일)
독행상(篤行賞)
경북 영덕군 영덕읍
열부(烈婦) 김분천(金粉天 64세

김분천 여사(金粉天) 여사(女史)는 비록 학교(學校) 문전(門前)에도 못 가본 무학(無學)이긴 했지만, 그가 어릴 때 옆집 선비 집으로부터 흘러 들은 몇 마디의 값진 말을, 60이 넘은 지금까지도 뇌리(腦裡)에 담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내용(內容)인 즉 "아내가 비록 남편(男便)과 동등(同等)하다고는 하지만, 남편(男便)은 곧 아내의 하늘이다. 따라서 아내된 여자(女子)는 모름지기 남편(男便)을 항상 예(禮)로써 공경(恭敬)하여 섬기되 꼭 아버지처럼 대(對)해야 한다. 예(例)를 들면 몸을 스스로 천(賤)한 사람처럼 낮추고, 뜻을 숙이며 거짓으로 겉으로만 존대(尊待)하는 척하지 말고, 오로지 순종(順從)함으로써 추호도 남편(男便)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남편(男便)으로부터 경계(警戒)하는 말이나 가르치는 말을 들을 때는 성인(聖人)의 말을 듣는 것같이 새겨들어야 하며, 무엇보다 남편(男便)의 몸은 존귀(尊貴)한 보배처럼 구슬을 다루듯이 아끼면서 존대(尊待)하여야 한다." 

김여사(金女史)는 지금도 어릴 때 귀담아 들은 그 값진 이 금언(金言)을 되새기며 오늘도 남편(男便) 뒷바라지에 온갖 정성(精誠)을 다 쏟고 있었다. 

이미 지금부터 20년 전(年前)부터 영덕군수(盈德郡守)로부터 효부상(孝婦賞)을 받은 바 있는 김여사(金女史)는 9년 전(年前) 농사(農事)일을 하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事故)로 뇌진탕(腦震蕩)을 일으켜 식물인간(植物人間)이 되어 버린 남편(男便)을 위해서도 효부상(孝婦賞)을 받은 이상(以上)의 극진한 정성(精誠)으로 남편(男便)을 하늘처럼 섬겨 오고 있다. 

신체(身體)의 모든 감각(感覺)을 잃어버린 그의 남편(男便)은, 눈을 뜨고 자리에 꼬박 누워서 먹고 배설(排泄)하는 일이 하루 일과(日課)의 전부(全部)일 만큼, 문자(文字) 그대로의 식물인간(植物人間)이 된 탓으로, 대소변(大小便)을 받아내고 세수(洗手)를 시키는 일에서부터 밥을 떠먹여 주고 밤에는 잠을 재우는 일에 이르기까지, 김여사(金女史)의 손이 필요(必要)로 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소변(大小便)도 하루 몇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또한 미리 예고(豫告)를 하는 것도 아니라, 기분(氣分)내키는 대로 여러 차례나 방뇨(放尿), 방빈(放糞)하는 바람에, 하루에도 여러 번 이불과 요를 세탁(洗濯)해야 하는 등 단 한 시(時)도 쉴 새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짜증을 내거나 불평(不平)하는 일없이 언제나 따뜻하게 보살펴 주고 있다.

1남(男) 2녀(女)를 키우면서 가난 속에서도 남편(男便)에게 좋다는 약(藥)을 구(求)하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닐 만큼, 남편(男便)을 위한 그의 묵묵(默默)한 열행(烈行)은 하늘도 감동(感動)할 정도였다. 

맛에 대한 감각(感覺)마저 잃어버린 남편(男便)을 위해서는 수시(隨時)로 맛있는 간식(間食)을 사다가 손수 입에 떠먹여 주고 있는 김여사(金女史)는, 그럴 때마다 입가에 미소(微笑)를 띠우면서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당신은 제 하늘이예요. 아무 걱정 마시고 푹 쉬기만 하세요. 알아들었죠? 제 말씀." 

미소(微笑)가 눈물로 변(變)하면서 몇 번이나 그런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